[아웃소싱타임스 김민수 기자] 수십 년간 방대한 웹 정보의 입구를 지켜온 키워드 중심 검색이 점차 힘을 잃고,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해 대신 행동까지 수행하는 `실행 중심 검색`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예컨대 사용자가 "서울에서 내일 저녁 예약 가능한 한식당 알려줘"라고 질문하면, AI는 단순히 목록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취향과 위치, 일정까지 고려해 직접 예약까지 완료해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정보 탐색에서 `실행형 에이전트`로의 진화가 시작되면서, 검색 패러다임은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개념이 바로 `AI 검색 에이전트`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사고방식, 정보 소비 방식, 디지털 행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층적 변화로 평가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 5월 발간한 『검색 패러다임의 변화, AI 검색 에이전트의 부상』에 따르면, 전통적 검색 엔진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행동의 변화와 기술 진화에 따라 검색 시장의 중심축이 생성형 AI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IA는 "검색은 더 이상 정보 탐색의 수단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실행으로 연결하는 지능형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며 "향후 공공과 민간 영역 모두에서 검색 에이전트의 활용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도구로서의 검색이 아닌, 인간의 의도를 이해하고 직접 실행까지 도달하는 새로운 검색의 철학을 보여준다.
■ 구글의 흔들림… 챗GPT가 바꾼 검색 시장 지형
수십 년간 9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해 온 구글이 2024년 들어 처음으로 89%대 점유율로 하락했다. Statcounter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하락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구글링`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고, 틱톡이나 ChatGPT 등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젊은 세대의 검색 습관이 더 이상 웹페이지 탐색에 머물지 않고, 직관적이고 간편한 응답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2025년 5월 기준, Similarweb의 분석에 따르면 오픈AI의 챗GPT는 전 세계 월간 방문자 수 약 18억 명을 기록하며 사용자 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챗GPT 모바일 앱의 다운로드 수도 다시 증가 추세에 접어들면서, 생성형 AI가 실생활 속 검색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단순한 트래픽 증가를 넘어 검색 시장에서의 판도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짧은 시간 안에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요약·정리해 제공함으로써, 챗GPT는 기존 검색 플랫폼의 대안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용자는 더 이상 수많은 링크 중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찾아 헤매지 않는다. 대신,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구조화된 응답을 통해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는 향후 정보 접근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AI는 문맥을 이해하고, 사용자의 질문 의도에 맞는 구조화된 응답을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검색 방식보다 높은 만족도를 이끌고 있다.
■ 검색은 행동으로… `에이전트` 시대의 개막
기존 검색 엔진은 정보를 찾는 도구였지만, AI 에이전트는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수행하는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Capgemini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63%는 AI가 자신을 대신해 제품을 구매하길 원한다고 응답했으며, 단순 추천을 넘어 `실행형 검색`이 일상화되고 있다. AI는 단순히 질문에 응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정보 출처를 통합해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을 대신해 수행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게 됐다.
이런 변화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검색 에이전트(Search Agent)`다. 검색 에이전트는 생성형 AI가 검색뿐 아니라 예약, 결제, 응답, 일정 관리 등 복합적인 업무까지 자동 수행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고객 응대 방식은 물론, 개인의 일상적인 정보 탐색 습관까지 변화시키고 있으며, 미래의 검색이 단순 응답이 아닌 `실행 중심 인터페이스`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MCP의 등장, AI가 연결하는 새로운 생태계
검색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기술로는 MCP(Model Context Protocol)가 부상하고 있다. MCP는 Claude, 챗GPT 등 대형언어모델(LLM)이 외부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된 연계 프로토콜로, AI가 Google Maps, Airbnb, 알리페이, 마이크로소프트 365 등 다양한 서비스에 연결돼 자연어 명령 하나로 복합적인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든다.
현재까지 MCP를 통해 연결된 기능은 6,500여 개를 넘어서며, AI 에이전트가 생활, 금융, 여행, 쇼핑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MCP를 적극 도입하며 국제 표준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AI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게 되면서, 사용자 경험은 그 어느 때보다 진일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다음 주 금요일 오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항공편을 예약하고, 도착 후 해운대 근처 호텔도 같이 예약해줘"라고 요청할 경우, AI는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항공권 예매와 숙소 예약을 동시에 처리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 플랫폼 간의 기능 통합과 협업이 사용자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기반 검색 시스템이 구축·운영되고 있다.
■ 국내 공공 부문도 AI 검색 전환 중… 하지만 한계도 분명
국내에서는 법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기반 검색 시스템이 구축·운영되고 있다. 법제처는 약 75만 건에 달하는 법령 데이터와 관련 질의응답 사례를 학습한 검색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식약처는 민원 안내서와 내부 지침서를 토대로 한 검색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특히 식약처의 시스템은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을 도입해, AI가 단순히 학습된 데이터만으로 응답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외부 데이터베이스나 문서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응답을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러한 RAG 기반 시스템은 최신성 유지가 필수적인 정책, 금융, 의료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사용자가 단편적인 사실이 아닌 문맥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생성형 AI 기술의 응답 정확도와 사용자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 정형 데이터 중심으로 구축된 이들 시스템은 여전히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비정형 데이터의 수집 및 활용, 자연어 기반 질의 처리에서는 기술적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또한 민감한 개인정보 및 행정정보를 포함하는 공공 시스템 특성상, 외부 플랫폼과의 연계나 실시간 업데이트가 어려워 RAG와 MCP 기술을 완전하게 접목하기엔 여전히 인프라 부족이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 RAG와 벡터 DB, 검색 시스템 고도화의 열쇠
RAG는 AI가 단순히 학습된 정보가 아닌 외부 문서나 DB에서 최신 정보를 검색해 응답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검색 정확도와 최신성을 동시에 보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가 아닌, 텍스트·이미지 등 비정형 데이터를 의미 기반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벡터 DB`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특히 비정형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어떻게 구조화하여 빠른 연산이 가능하게 만들지에 따라 검색 시스템의 품질이 좌우된다.
IBM 분석에 따르면, 벡터 DB는 유사성 검색을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보다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어 생성형 AI와 궁합이 가장 좋다. 하지만, 벡터 DB 도입에는 실시간 인덱싱, 대규모 데이터 동기화, 고성능 하드웨어 등 기술적 장벽도 높다. 여기에 더해, 정기적인 데이터 정제 및 검수 체계가 미비할 경우 잘못된 응답을 제공할 수 있는 위험도 있어 지속적인 운영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 검색을 넘어선 AI의 책임… 신뢰성 확보 과제도 중요
세종대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는 "검색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 탐색 기능을 넘어,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대리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특히 공공성과 연결된 검색 시스템일수록 기술적 신뢰성과 윤리적 기준이 동시에 확보돼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색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술적 진보뿐만 아니라 보안과 신뢰성 문제도 수반한다. MCP는 다양한 외부 서버와의 상호작용을 수월하게 해주는 대신, 악성 서버 접속이나 정보 유출 등 새로운 보안 위협을 야기할 수 있다. Zhang 외 연구팀은 2025년 보고서에서 "MCP는 실행 기반 AI 생태계의 핵심이 될 수 있으나, 보안 취약성에 대한 기술적 대응과 검증 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생성형 AI 기반 검색 시스템은 기술적 혁신과 더불어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병행될 때, 비로소 생활과 산업 전반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자이자 행위자로서 AI가 인식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 설계와 윤리적 프로토콜 정립 또한 병행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업, 정부, 시민사회의 삼자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출처 : 아웃소싱타임스(https://www.outsourci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