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2023년 칸영화제에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남우주연상을 받은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히라야마의 청소 방식은 특별하다. 도쿄의 번잡한 거리 한복판, 공중화장실에서 묵묵히 청소하는 히라야마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가 연기한 히라야마에게 청소는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철학이다. 그는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들듯 정성껏 화장실을 청소한다.
히라야마의 과거는 영화 속에서 조각조각 드러난다. 한때 잘나갔던 그의 눈빛에는 아직도 깊은 슬픔이 서려있지만 그의 고요한 일상 속에서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는 것이 바로 `청소`다. 그의 하루는 겉보기에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청소하고, 빵조각과 우유로 점심을 먹고, 다시 청소를 한다. 퇴근 후에는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이 단순한 일상 속에서 히라야마는 특별한 기쁨을 발견한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 청소를 마치고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 동네 목욕탕에서 땀을 씻는 모습. 이런 작은 순간들이 그에게는 보석이며 소소한 행복의 원천이다.
한국에서도 청소의 힘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75세 노부인 조현옥 여사의 자서전 『인생이라는 꽃밭을 아름답게 청소합니다.』 책은 우연히 나의 주선으로 용기를 갖고 도전하여 쓴 책으로 그녀는 청소를 통한 삶의 변화를 보여준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멀리 양주에서 지하철을 타고 강남까지 달려와 청소를 하는 그녀에게도 청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조현옥 여사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동생의 백혈병, 폭력적인 남편의 배신, 사업 실패와 사기 피해로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그녀에게 청소는 구원의 손길이었다. "청소를 하면 머릿속과 마음까지 깨끗해진다."는 그녀의 말에서 청소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청소를 통해 현재에 충실한 삶의 태도를 배운 조현옥 여사는 70대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삶의 안정을 찾았다. 청소가 끝나는 오후에는 장구를 배우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장구를 칠 때마다 그간의 회한들을 두들겨 몸 밖으로 내보내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청소를 통해 배운 인내와 끈기, 작은 것에 대한 감사는 그녀의 새로운 도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러한 청소의 힘은 교육 현장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삼성 자동차 교육총괄 임원으로 근무하며 신입사원 교육으로 고속도로 화장실 청소 과정교육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 자동차 부품 회사 `옐로우 햇`의 창업자 가기야마 히데사부로(鍵山秀三郞)회장은 매일 아침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청소력(淸掃力)`은 직원들의 성품을 바꾸고 고객과 거래처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주변 마을까지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나는 삼성 자동차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여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하여 직접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대표이사가 앞장서니 임원들은 불평 없이 따라왔다. 본사 화장실은 놀랍게 변화했고 항상 깨끗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했다. 부, 과장을 차례로 화장실청소를 시키고 사원까지 확대했다. 이어서 신입사원 교육에도 도입했다.
추운 겨울철, 신입사원들을 새벽 4시에 깨워 고속도로 휴게소로 향했던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버스에 탄 신입사원들은 잠이 덜 깬 상태로 불만이 가득 찬 얼굴이었다. 자신의 집에서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화장실 청소를 꼭두새벽에 교육대신 한다는 사실에 기가 막혀했다. 영하의 기온에 매서운 찬바람까지 불던 그 날 나는 직접 시범을 보이며 교육을 시작했다. 변기 밑바닥에 시커먼 때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더러운 화장실을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윤기 날 때까지 닦는 것이 교육의 전부였지만 그 과정에는 깊은 의미가 있었다.
신입사원들은 처음에는 불평하고 어이없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달라졌다. 냄새 나고 더러웠던 공중화장실을 자신들이 깨끗하게 청소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놀랍게도 이 화장실 청소 교육은 수십 개의 입문 교육과정 평가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청소가 단순히 더러운 것을 치우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과 주변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임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청소의 힘을 비즈니스로 승화시킨 산 증인이 있다. 삼구 아이앤씨의 구자관 회장은 1968년 청소 도구 하나로 시작해 현재 5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둔 매출 2조가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대 초반에 청소부로 시작한 그는 `깨끗함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신념으로 청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처음 맡은 건물은 남대문의 작은 사무실이었지만, 그의 성실함과 청소에 대한 철학은 곧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구자관 회장에게 청소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과 환경을 존중하는 문화였다. 그는 청소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었고 `청소는 행복을 전하는 일`이라는 경영 철학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의 성공 스토리는 청소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며 어떤 일이든 정성을 다하면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한국의 화장실 문화는 40여 년 전만 해도 형편없었지만, 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크게 개선되어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다. 청소는 단지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가기야마 회장이 "화장실 청소가 사람과 회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고 했듯이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에 자신의 마음도 닮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청소의 힘은 단순한 행위를 넘어 삶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철학이다. 일본의 히라야마, 한국의 조현옥 여사, 삼구아이앤씨 구자관 회장, 그리고 삼성 자동차의 교육 경험이 보여주듯 청소는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고, 삶의 자세를 바꾸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행복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일상 속에 숨겨져 있다.
출처 : 아웃소싱타임스(https://www.outsourci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