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타임스 김민수 기자] 국내 보험산업이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로 심각한 인력 수급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 임직원의 연령 구조가 항아리형을 띠며 젊은 인력 비중이 급감하는 반면 50대 이상 인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향후 10년 내 은퇴로 인한 인력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인력 구조의 급속한 불균형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구조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신입 충원이 감소하고 중간 관리자층이 소멸되면 보험산업의 핵심 기능인 리스크 평가, 상품 개발, 고객 관리 등에서 심각한 역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의 집중은 디지털 전환과 같은 혁신 전략의 추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시장 경쟁력 저하와 산업 이미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연구원(KIRI)이 지난 9월 1일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와 보험산업 인력 수급`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현재 생명보험사에는 22,559명, 손해보험사에는 33,420명이 근무 중이다. 생명보험사 임직원 수는 2013년 27,497명에서 10년 이상 꾸준히 감소해왔으며, 손해보험사는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전체적인 청년 인력 비중 감소는 두 업종 공통의 현상이다.
2024년 기준 50대 이상 인력 비중은 생명보험 27.4%, 손해보험 25.1%로 10년 전보다 5배 이상 증가했고, 반대로 20대 인력 비중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 같은 변화는 보험업이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야 할 산업임에도 정작 내부에서는 고령화 위기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 청년 인구 급감과 인력 수급 악화
25~29세 청년층 인구는 2000년 435만 명에서 감소하기 시작해 2025년에는 347만 명, 2035년에는 249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2025년 대비 71.8% 수준에 불과하며, 향후 산업 전반에서 신입사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일본 사례에서는 청년 인구 급감이 지역 중소기업의 도산과 산업 공동화로 직결되었으며, 한국도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24년 기준 국내 청년층 고용률은 43.5%로 OECD 평균보다 낮으며, 고학력 청년의 서비스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보험업 인력 수급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는 향후 청년층 유입을 위한 맞춤형 직무 설계, 교육-채용 연계 강화, 청년친화형 근무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급여 경쟁력 약화로 인한 우수 인재 유출
보험산업은 전통적으로 금융업 내에서 높은 보상체계 덕분에 젊은 인재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금융업 평균 대비 급여 우위가 사라지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2024년 기준 전체 산업 신입사원 평균 월급은 284.7만 원, 금융·보험업은 376.7만 원이지만 보험업계 신입 급여는 금융업 타 부문보다 낮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급여 경쟁력 약화’가 단순한 초봉 격차를 넘어 보상 구조 전반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고 짚는다.
영업조직은 성과급 비중이 높아 변동성이 크고, 내근직 핵심 직무(계리·리스크·자산운용·데이터 등)는 시장가 대비 연봉 밴드가 낮아 스카우트에 취약하다.
IFRS17(보험사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도입과 디지털 전환 투자, 판매채널 재편 등으로 비용 통제가 강화되면서 신규·젊은 직군에 대한 현금 보상 여력이 제약되는 현상도 인력 유출 압력을 키우고 있다.
또한 젊은 구직자들은 절대 임금뿐 아니라 성장 속도, 직무 이동 가능성, 하이브리드 근무 등 비금전적 요소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은행·증권·핀테크·빅테크와의 비교에서 보험사는 승진·평가 체계가 경직적이고 프로젝트 기반 경험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고착되기 쉽다.
사내 규정상 신규 채용 연봉 상한과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 직무 간 보상 역전(IT·데이터 대비 전통 업무)의 장기화는 오퍼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실제 보험업계 현직자 A씨는 “성과 평가가 모호하고 성장 경로가 불투명해 이직을 고려하는 동료가 많다”며 “보상 체계 개선 없이는 인재 유출을 막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보험사 인사담당자도 “우수 지원자가 면접 단계에서 금융권 타 업종으로 빠지는 사례가 잦다”며 경쟁력 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응 과제로 보고서는 직무급·시장연동 임금밴드 도입과 신입 초봉의 기준선 상향, 장·단기 인센티브(LTIP·사인온 보너스) 병행, 기술·데이터 직군의 ‘특별 트랙’ 운영, 기본급+성과급 혼합으로 영업 보상의 변동성 완화, 하이브리드 근무의 표준화와 직무 이동 경로의 투명화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한다.
더불어 산학 협력 기반 인턴-채용 연계, 장학·캠퍼스 리쿠르팅 강화, 3·5·8년차 표준 커리어 패스 공개 등으로 외부 경쟁 시장과의 ‘속도 격차’를 줄여야 우수 인재 유출을 억제할 수 있다.
■ 전문 인력 수요 확대와 공급 불균형
보험산업은 상품 개발뿐 아니라 보험계리, 리스크 관리, 자산운용, 재보험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이 많다. 특히 의학·공학·통계 등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필요하지만, 현재 인력 부족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직결될 우려가 크다.
계리사는 위험률 산출과 보험료 책정, 지급여력비율 산정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지만, 국내 대학의 계리학 전공자는 연간 수백 명에 불과해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리스크 관리 분야도 금융위기 이후 중요성이 커졌으나 금융권 전반에 비해 보험권 인재 확보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저금리·고령화 국면에 맞춘 장기 투자 전략과 대체투자 역량이 필수지만, 글로벌 투자사와 비교해 전문성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에서는 보험계리사가 최고 수준 연봉을 받는 직종으로 꼽히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인식과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격차는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초래하고, 국내 보험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인슈어테크 확산과 고령화 대응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문가 확보 실패 시 산업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특히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 장기요양보험 등 신사업 확대에 따라 의학·IT 융합형 인재 확보가 절실하지만 현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디지털 언더라이팅, 헬스 데이터 분석, AI 기반 리스크 시뮬레이션 등 신규 영역에 대한 인재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관련 전공과 커리큘럼이 국내 대학에서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인력 불균형 해소를 위해 ▲대학·대학원 단계에서의 보험계리·리스크 관리·데이터 사이언스 교육 강화 ▲산학 연계형 석사·박사 과정 확대 ▲글로벌 전문 자격 취득 지원 ▲해외 전문가 유입을 위한 비자 제도 개선 ▲보험연수원의 전문 커리큘럼 강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직무별 표준 경력 경로를 제시해 청년층에게 명확한 커리어 전망을 제공하고, 공공기관과 협력해 전문 인력 육성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 산업 신뢰도 회복과 청년층 유입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보험산업이 단순 영업 중심 산업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데이터 분석과 사회적 위험 대응을 통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춘 산업임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진대 경영학과 이대성교수는 "보험산업은 기후위기와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젊은 층에겐 매력도가 낮다"며 "급여체계 개선과 직무 전문성 강화, 사회적 가치 홍보를 통해 우수 인재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향후 10년간 대응 과제와 전망
향후 10년간 보험산업은 대규모 은퇴 물결과 청년 인구 급감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인력 구조 재편과 더불어 AI 기반 업무 효율화, 직무 재설계, 산학 협력 강화 등 종합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단순한 단기 채용 확대가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인력 수급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디지털 인재 확보와 직무전환 교육 시스템을 연계한 `미래형 보험업 인재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며,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청년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도 주요 과제가 될 수 있다.
출처 : 아웃소싱타임스(https://www.outsourci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