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인구 1천만명 시대, 고령인구가 노동시장 재편
편의점, 카페 바리스타, 치안관리 등 시니어 활용 사례 눈길
시니어 특화 교육·운영제도 ‘부재’…관리 인프라 구축이 관건
아웃소싱 기업, 시니어 전문 인력관리 플랫폼이 새 성장축
50년대생이 `다시` 온다. 노동 시장에서 은퇴 대상으로 여겨졌던 50년대생 `노인 인구`가 노동시장의 새로운 인력풀로 떠오르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가 복지 차원의 노인일자리를 넘어 서비스업에까지 확대되고 있다.(사진은 인공지능 생성)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공식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빈곤과 일자리 질 문제는 더 이상 복지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다.
계속해서 일해야 하는 고령세대는 `일자리` 하나를 얻기 위한 분투가 60세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서비스업 현장에서는 청년 인력의 감소, 인건비 문제 등으로 구인난이 일상화되면서 인력 공백이 반복되고 있다.
출처 : 아웃소싱타임스(https://www.outsourcing.co.kr)
최근 이러한 두 흐름이 본격적으로 결합하며 편의점·카페·안전·방범 현장을 중심으로 시니어 노동의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년층의 노동 수요와 서비스업의 인력 부족이 맞물리면서, 시니어 관리 기반의 새로운 아웃소싱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인력난 겪는 서비스업, 시니어가 현장에서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인구의 정확히 20.00%를 차지했다. 한국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까지 18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는 단 7년 만에 도달했으며 고령인구 비중 증가 속도는 일본보다도 빠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과 숫자.
고령층 고용률은 OECD 최고 수준이지만 고용의 질은 여전히 취약하다. 비정규직 비중이 60%를 넘고, 10인 이하 영세사업장 종사 비율이 약 절반에 이른다. 50대 후반 이후에는 소득이 급격히 감소해 정년 또는 조기 퇴직 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평균 연봉이 3,500만 원대에서 2,800만 원대로 떨어지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마저도 65세 이후 본격적인 노년층 구간에 진입하면 저임금 일자리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월 20~30만 원 수준의 공공 노인일자리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일하는 노인이 증가함에도 노인빈곤율을 탈피하지 못하는 괴리가 고착화되면서 생계 유지를 위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노인일자리 찾기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유통업, 외식업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노인일자리가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할 의지가 있고 지역사회 경험이 깊은 노년층이 서비스업 인력난을 메우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니어 편의점이다. BGF리테일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시니어 편의점’ 5곳을 오픈하며 시니어 점포 운영 모델을 상용화했다.
시니어편의점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 시니어근로자의 모습(사진=BGF리테일)
시니어클럽이 운영 주체로 참여하고, 부동산원이 창업지원금을 제공하며, BGF리테일은 가맹비와 투자예치금을 면제했다. 시니어 근무자는 발주·상품 진열·고객 응대·재고 관리 등 매장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단순 보조가 아닌 운영 인력이라는 점이 특징이며, 인력난에 시달리는 유통업계에 실질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GS리테일도 수년 전부터 ‘시니어 동행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서울을 비롯해 천안, 시흥, 파주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니어 동행 편의점에는 머리 위 서리가 내려앉은 백발의 노인들이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다.
이곳에는 60세 이상 어르신 20명이 2인 1조로 교대 투입되어 일반 편의점 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 한 근무자는 “이제는 발주나 진열도 직접 맡을 수 있다”고 밝히며 시니어 인력이 단순 계산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페 산업에서도 시니어 노동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보건복지부·한국시니어클럽협회와 함께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를 2022년부터 운영해 왔으며, 올해 4회 대회에는 100여 명이 예선에 참여했다.
결승 진출자 14명의 평균 연령은 69세였고 최고령자는 77세였다. 바리스타 직무는 단순 고객 응대를 넘어 추출·품질관리·라떼아트 등 기술적 숙련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시니어가 기술 기반 서비스 직종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확인시킨다.
올해로 4번째 열린 스타벅스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노년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사진=스타벅스코리아)
도시안전·재난 모니터링 분야에서도 시니어 노동 활용이 늘고 있다. 제주 시니어드론순찰대는 60대 이상 25명이 참여해 드론으로 관광지·해안선을 순찰하고 실종자 탐색, 화재 조기 신고, 위험 상황 모니터링 등을 수행한다. 상당수 참여자가 드론자격증 1급을 취득했으며 영상 편집·포토샵·일러스트까지 배워 순찰 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일부는 자비로 100만 원 이상을 투자해 기술을 습득했을 만큼 적극적이다.
대구 달성경찰서가 운영하는 시니어 방범순찰대도 주목할 만하다.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학교 주변, 여성소상공인 점포 밀집지역, 범죄취약지 등을 순찰하며 ‘가시적 치안’을 강화하는 모델이다. 경찰은 이를 “시니어가 지역 안전의 주체로 참여하는 새로운 체계”로 평가한다.
■늘어나는 시니어 일자리, 교육·운영제도 등 관리능력은 여전히 부재
시니어 노동이 구조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교육·숙련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고령층을 기술형, 숙련형 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차원의 직무 기반 교육 체계가 필수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이 사비를 털어 교육에 투자를 해야하는 등 국가 차원의 기술전환 교육은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운영 주체 간 역할 분담도 표준화되지 않은 점도 다양한 노인일자리 모델 확대의 리스크다. 노년층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여건이 청년·중장년 등 일반적인 노동 인구의 가용 수준과 현저히 다르다. 안전관리나 근무시간, 노동환경 등 노년층에 특화된 프로세스가 필수적이지만 현장에서는 개별 점포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뿐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못한 상태다.
현재 상당수 시니어 일자리는 여전히 ‘복지사업’ 관점에 머물러 있어 시장성·수익성·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모델로 전환이 더디다는 점 또한 해결해야할 과제다.
시니어 일자리는 계속해서 늘고 일하길 희망하는 노인 인구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이나 체계적인 인사관리 솔루션 개발은 더디다. 사진은 인공지능 생성
이처럼 산적한 해결 과제에도 불구하고 시니어 인력을 ‘전략적 인력군’으로 활용할 여지는 매우 크다.
특히 현재 부재한 `체계적인 시니어 인력 관리 모델`은 향후 아웃소싱 기업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아웃소싱 시장은 그동안 청년·중장년 중심의 인력파견, 단순 운영 인력 공급에 기반해 성장해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가 상수로 굳어진 구조에서는 기존 인력공급 방식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실제로 유통·시설관리·보안·콜센터·지역 서비스 산업은 이미 만성적 인력난이며, 이를 대체할 신규 인력 풀은 점점 줄고 있다. 반면 일하고자 하는 고령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여러 사례에서 확인되듯 시니어 인력은 일정 수준의 숙련과 책임을 요구하는 서비스업 직무에 충분히 적응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모집하고,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 플랫폼’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아웃소싱 기업이 시니어 인력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기 위해서는 ‘직무 설계–교육–운영–경력관리’ 전 과정에 대한 전문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시니어 맞춤형 직무 설계와 교육체계 구축이 필수 적이다. 유통·외식·시설관리·지역 서비스·보안·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니어 일자리를 구축하고, 고령층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군을 정교하게 구분하여 표준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 기초 안전, 고객 응대법 등 고령층이 숙련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최소 교육 기준을 산업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근로 조건·건강 리스크·근무 강도 관리를 포함한 시니어 특화 운영 프로세스를 산업화해야 한다.
노년층은 근무 시간 조정, 근무 강도 조절, 안전관리 방식이 청년층과 다르기 때문에 기존 운영 매뉴얼로는 관리가 어렵다. 점포 단위의 개별 조정이 아닌 아웃소싱 본부 차원의 표준 모델을 구축해 기업 고객에게 ‘리스크 최소화된 시니어 운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사용기업 입장에서는 고령층 고용에 따른 안전·건강 리스크가 관리되는지가 서비스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아웃소싱 기업이 이를 앞서 관리할수록 경쟁 우위가 커진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전략은 ‘시니어 인력 아카데미’와 경력관리 기반 플랫폼 구축이다. 시니어가 특정 직무에 숙련될수록 생산성과 고객 만족도는 빠르게 높아진다. 지금처럼 단발성 복지형 일자리로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교육–배치–평가–재교육–숙련 등 경력 경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해 민간 서비스업의 지속 가능한 인력풀로 육성한다면 아웃소싱 기업 고유의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노인일자리를 단순 사회복지 예산으로 바라보는 기존 틀을 벗어나 복지 예산이 아닌 국가 인력 인프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시니어 노동의 안전·사회보험·근로조건을 반영한 표준계약과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 일자리는 국가 유지에 필수적인 ‘인력 인프라’이며, 민간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시니어의 안전·사회보험·근로조건 문제를 반영한 표준계약 및 감독체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초고령사회는 앞으로 20년 이상 지속될 구조적 변화다. 이미 편의점, 카페, 안전·방범 현장에서 시니어 노동은 ‘예외’가 아니라 ‘필수 인력’로 정착하고 있다.
여기에 체계적 관리 역량을 갖춘 아웃소싱 기업이 뛰어든다면, 시니어 전문 인력 아웃소싱은 향후 10년간 BPO 시장에서 가장 큰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고령층에게는 안정적 일자리를, 기업에는 숙련된 현장 인력을, 산업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상생 구조가 될 수 있다.
출처 : 아웃소싱타임스(https://www.outsourci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