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고용노동부가 12월 3일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2024년 중단됐던 ‘정규직전환지원금’ 사업이 2년 만에 복원된다. 정부는 69억 원을 투입해 신규 1,500명의 정규직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상징적인 숫자에 가까운 만큼 즉각적인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대대적인 인소싱으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조치가 또다시 인소싱 확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공공·준공공기관의 인력 운영은 정치·정책 변수에 가장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라는 단어가 재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아웃소싱 업계는 상당한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2026년 고용노동부 예산안에 민간기업에 대한 정규직 전환 지원금이 다시 복원됐다.
■ 다시 돌아온 정규직 전환 지원금이 시사하는 `방향성`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정부 정책의 흐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상반기부터 명확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올해 초 국정과제 실천방안 논의를 통해 상시·지속 업무와 생명·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아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기관에 대해서는 지도·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명시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부문에서도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검토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업계에서는 이미 정규직 전환지원금의 부활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9월 4일 근로·산업감독관 1300명 확충 소식도 이러한 가능성의 현실화를 뒷받침했다.
노동 현장 전반에 대한 감시를 높이고 산업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의 충원이었으나, 이 또한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하던 시기, 생활안전 분야 7·9급 공무원 429명을 긴급 채용했던 흐름과 매우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력 확충은 고용·안전 규제 강화와 함께 공공기관 외주구조의 급격한 수정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 이번 1,300명 채용을 ‘정규직화 분위기 조성의 전조’로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마침내 2026년 예산안에 정규직전환지원금이 공식적으로 포함되면서 업계에서는 신호가 실체가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규직 전환 지원금 사업은 지난 2024년 중단 이후 2년만에 다시 현장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사업은 기간제·파견·용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업주에게 1인당 월 30만~60만 원의 인건비를 최대 12개월 동안 지원하는 제도다. 과거 2018년에는 월 최대 80만 원(인건비 60만원+간접노무비 20만원), 4,500명 지원 규모로 진행된 바 있다.
이번 사업은 숫자 상으로는 당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숫자가 나타내는 양으로써는 산업 전반을 흔드는 수준의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업 규모가 작고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화를 전면적으로 표방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 예산안에 반영된 정규직 전환 지원금 지원인원 규모
그러나 이보다 주목해야할 점은 정책이 흘러가는 방향과 내포된 메세지에 있다. 해당 사업의 복원은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원한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재확인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책의 물리적 크기와 관계없이, 정부가 다시금 ‘정규직 전환’을 지향하는 방향성을 확인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직접적인 충격’보다는 ‘구조적 변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특히 상시성이 확보된 외주 인력이 배치된 직무에서는 정책의 영향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충격은 국지적...하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광범위한 변화
"가랑비에 옷 젖듯 조용한 감소 우려"
정규직전환지원금 사업의 복원으로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1~2명 규모의 소규모 인력을 여러 사업장에 장기간 공급하고 있는 중소 아웃소싱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이러한 사례는 단순 업무에 파견·도급 인력을 장기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내부 인력처럼 운영돼 온 사무지원, 행정보조나 경비원 같은 시설관리 일부 직무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인력을 공급받아 활용하는 사용기업도 대기업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하다보니 1~2명의 인력을 공급받아 활용해온 사용기업 입장에서는 아웃소싱을 통한 간접고용을 유지하는 것보다 정규직으로 전환 후 인센티브로 인건비를 메꾸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원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것 부터, 정규직 전환을 고민하게 만드는 기저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례의 계약이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 아웃소싱 기업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대형 도급사업과 달리 소규모 파견·용역을 다수 사업장에 분산 공급하는 구조에서는 전환이 발생할 때마다 손실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누적된 손실은 경영 유지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규모가 있는 대형 아웃소싱기업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가랑비에 옷 젖듯` 매출 손실이 누적 적자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사용기업 당 전환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사업장 단위로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발생한다면 아웃소싱 기업의 매출 기반은 점진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정규직 전환 지원금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단가 협상 과정에서 불리한 국면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최저가 낙찰 구조가 고착화된 업종에서는 고객사가 ‘정규직 전환 시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단가 인하 압박의 근거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계약 권한 자체가 일방적인 구조상 철저히 을의 위치에 있는 민간 아웃소싱 기업은 갑사의 논리가 부담과 압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실제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외주사의 수익성에는 구조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간접 영향도 간과하기 어렵다.
손실이 누적되는 이 구조는 민간 부문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정규직 전환 유인이 강화될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조직군은 고용 안정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한 영역이며, 외주 활용 자체가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어 온 분야일수록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이러한 패턴의 최전선에 놓여 있는 곳이 바로 공공기관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공공기관의 움직임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은 고용구조의 불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즉각적으로 제기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과 여론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상시적 업무에 대한 인소싱 검토는 특정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다가도 일정 시점 이후 유사한 형태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작은 전환이 반복되면 외주 시장의 하부 구조는 결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예산안이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씨를 지피며, 노조의 정규직 전환 요구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원본=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아웃소싱 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인력공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시직무 중심의 파견·용역은 정책 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영역인 만큼 고숙련·전문성 기반 직무 비중 확대, 고객사의 인력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서비스 모델 개발, 프로젝트·변동 수요 기반 운영 역량 강화 등 포지셔닝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단순 인력 제공에 머물러 있을 경우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축소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책은 외견상 작은 규모의 지원사업이지만, 인력 운영 방식에 대한 시장의 기본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정책적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인소싱 논의가 상시적으로 제기되는 환경이 다시 조성되는 순간, 외주 기반 직무는 단계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업계가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처 : 아웃소싱타임스(https://www.outsourcing.co.kr)
